미래문명원
라운드테이블, 월러스틴 교수 기조발표자로 나서
대학의 지식 구조 ‘인식론적 재융합’으로 재구성해야
예일대학교 이매뉴얼 월러스틴 석좌교수가 ‘제31회 UN 제정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2012’ 국제회의 두 번째 순서로 9월 18일 서울캠퍼스 청운관 B117호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의 기조발표를 진행했다. 라운드테이블은 '지식의 구조들: 과학과 인문학의 인식론적 재융합(Structures of Knowledge: Epistemological Reconvergence of Science and the Humanities)'을 주제로, 월러스틴 교수의 기조발표, 토론자들의 발표, 청중과의 대화로 이어졌다. 기조발표에서 월러스틴 교수는 "서구의 지식이 구조화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융합적인 학제가 나타났다"고 설명하고, "대학의 지식 구조를 융합이 아니라, 과학과 인문학의 재융합을 통한 단일학문성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에 기반한 '지식 구조화' 과정
월러스틴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선언하고 중세를 거치는 동안, 서구 사회는 '교회가 곧 진리'인 지식 구조가 지배적이었다. 대학 역시 신학이 장악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말을 따르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 지적 분위기 속에서, 교회의 가르침은 자의적인 것이며 인간은 진실에 대한 의문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철학자', 교회뿐 아니라 학자들의 가르침에 근거를 제시하라는 '과학자'가 등장했다. 특히, 1715년부터 1815년에 이르는 100년 사이, 지식 구조를 뒤흔드는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했다.
첫 번째는 대학의 번영이다. 철학을 기초로 한 학문은 과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학제가 만들어졌다. 과학과 인문학이 분리되면서 두 개의 새로운 분야가 등장했다. 과학과 인문학의 중간에 사회과학이 생겨났다. 지식을 범주화하는 다양한 학문 분과와 학제가 형성되고, 각각의 학제에 따른 전문지식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이후, 인문학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학이 점점 중요해졌다.
두 번째 사건은 서구 국가들이 다른 국가를 정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복과 침략의 과정에서 서구의 제도가 식민지에 전해지고, 과학이 지배적인, 분화된 학제의 대학이 들어섰다. 결국 서구의 지식 구조가 전 세계에 자리 잡았다.
"학제적 편견이 우리의 인식을 축소시킨다"
"미국의 헤게모니와 인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난 민족주의운동도 지식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고 월러스틴 교수는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지식이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 다른 나라의 역사, 과학, 경제를 공부해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학자, 역사학자, 각 지역(국가) 전문가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후, 지식 구조는 더 전문화되고, 학문적ㆍ실용적 측면에서 발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월러스틴 교수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학제를 통해 인식을 좁히는 내부적인 편견에 사로잡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지식 구조(학제)는 '인식론적 재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된 사고와 지식이 필요하다"
월러스틴 교수는 '인식론적 재융합'의 예로 과학과 인문학이 분리되지 않은 과거 서구의 지식 구조를 언급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제목을 보면 물리학, 윤리학, 정치학,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고, 독일 쾨니히스베르크대에서 칸트가 가르친 교과과정도 물리학, 문학, 윤리학, 우주학, 천문학 등 다양했다."
"근대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고, 지구촌 곳곳에서 정치의 변화, 리더십의 변화가 일고 있는 현 시점에는 단일학문성에 기반한 통합된 사고와 지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식 구조 재융합을 위한 선택
이어진 토론은 김여수 미래문명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자로 권기붕 평화복지대학원장, 김상준 공공대학원 교수, 성공회대 김민웅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서울대 김영식 동양사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학제간 융합교육을 인식론적 체제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지식 구조의 재융합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 해법을 요구하는 질문을 던졌다. 월러스틴 교수는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큰 그림을 그려보고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우리가 지금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지성적 성찰을 하고, 그 다음에는 윤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라며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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