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Peace BAR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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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중 담론 돼야, 사회적 티핑 포인트 필요”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시리즈 대담 네 번째가 진행됐다. 네 번째 대담의 주제는 ‘기후변화시대, 우리의 생존은 어떻게 가능할까’로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Hans Joachim Schellnhuber) 포츠담대학교 교수(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설립자 겸 초대 소장)와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가 참여했다.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시리즈 대담 네 번째 진행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 포츠담대 교수와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 대담
기후변화시대와 지구 시스템의 임계점 고찰, 미래 지구를 위해 할 일 논해


지구 시스템이 임계점(Tipping Point)에 가까워졌다. 기후 온난화가 극심하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 해빙(解氷)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지속적인 이상 고온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제외해도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현상은 차고 넘친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코로나19도 기온 상승으로 인한 인류와 야생 동물의 생태계 접합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구와 인류를 둘러싼 위기를 극복할 성찰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의 시대, 우리의 생존은 어떻게 가능할까’ 주제로 기후변화 현황 및 해결책 다뤄
경희학원은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2021(이하 PBF 2021) 시리즈 대담을 개최해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을 진단했다. 세 차례 행사를 개최하며 의식 혁명과 호모사피엔스 문명의 전환 가능성, 외계 지적 생명체의 지구 방문 등을 다뤘다. 지난 11월 26일(금)에는 ‘기후변화의 시대, 우리의 생존은 어떻게 가능할까’를 주제로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Hans Joachim Schellnhuber) 포츠담대학교 교수(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설립자 겸 초대 소장)와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가 참여했다. 행사는 비대면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송재룡 사회학과 교수는 11월 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언급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을 향해 “우리의 연약한 행성은 여전히 한 가닥 실에 매달려 기후 참사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인류의 화석연료에 대한 집착을 지적하며 ‘우리가 우리의 무덤을 파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COP26으로 정치적 의지를 모은 것으로는 역부족인 상태를 지적하며 “비상사태로 전환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탄소 배출량 제로에 도달할 확률 자체가 제로가 된다”고 강조했다.


PBF 2021 시리즈 대담 네 번째도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 기후변화시대와 지구 시스템의 임계점의 실상에 대해 논의했다. 행사는 쉘른후버 교수의 짧은 특강과 대담의 순으로 진행됐다. 쉘른후버 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도전과 담대한 전환’을 주제로 지구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와 문명의 전환 방법 등을 설명했다. 그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특정 방안을 말하겠다. 몇 년 동안 고민해오던 방안이다. 하지만 이것도 실버불렛(Silver Bullet, 해결책이나 특효약)은 아니다”라며 특강을 시작했다.


대담에 앞서 진행한 강연에서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 교수는 기후변화의 현황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소개했다. 쉘른후버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 싱크인 산림을 재건하고, 목재를 활용한 건축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 1.5도 이내, 달성은 어려워도 달성해야만 할 목표
COP26에서 전 세계 108개국은 2030년 전에 메탄 배출량을 30% 줄이는 목표에 서명했다. 이런 활동의 근간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보고서가 있다. IPCC는 COP26에서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021년에서 2040년 안에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3년 전보다 10년 앞당겨진 수치이다. 쉘른후버 교수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 1.5도 상승 제한은 어렵지만 우리가 달성해야만 하는 목표이고, 이보다도 더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쉘른후버 교수는 IPCC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가 설립한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기후변화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소로 IPCC의 연구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 그는 2001년에 IPCC가 처음 발표한 보고서를 소개하며 ‘티핑 포인트’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보고서는 다양한 증거를 통해 전 지구의 해수면 온도 상승, 빙하의 감소, 대기 온도 상승 등의 현황을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계속되리라 예측했었다. 쉘른후버 교수는 첫 보고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의 환경이 급변했고, 기후변화로 인한 티핑 포인트가 가까워졌음을 설명했다. 그는 “2015년 체결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우리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막기로 약속했다. 실제로 이를 넘어가면 큰 위협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쉘른후버 교수는 1.5도를 ‘방화벽’이라고 표현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계속 나타나겠지만, 인류 전체를 공멸로 몰아갈 중대한 위협을 막기 위한 저지선이라는 의미였다. 그는 “상호 연결된 여러 티핑 프로세스가 기후변화에 대규모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라며 두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북극의 온난화가 나머지 지역보다 3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그린란드 빙하의 융해를 촉진하고 그만큼 많은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유입해 대서양 순환에 영향을 준다. 또한 시베리아의 폭염으로 영구동토층이 녹고 일부 지역과 북극에도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북극 온도 상승을 가속한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60m 상승할 수 있어, 인류가 공멸할 가능성이 있다.


지구의 열 균형과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인류가 배출하는 열의 대부분은 바다가 흡수하고 2~3%가 대기권으로 퍼진다. 바다는 열을 계속 축적한다. 인류가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배출을 중단하면 대기권은 안정화되겠지만, 바다에 누적된 열은 그대로다. 쉘른후버 교수는 이 상황에서 바다가 그동안 축적한 열을 내뿜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열이 산업혁명과 그 잔재로 수백 년 동안 축적됐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지금 바로 중단해야 하는 이유이다”라고 강변했다.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해결책, 산림 재건하고 도시를 탄소 싱크로 전환해야
기후위기의 위협에서 벗어날 방법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쉘른후버 교수는 전 세계의 사용 가능 재생 가능 에너지를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며 “대한민국은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나라이다. 대다수의 남반구 국가들이 그렇다. 지구의 일부 지역은 풍력이 주된 에너지가 될 것이고, 독일은 풍력과 태양열, 수력을 융합해 사용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탈탄소화가 매우 중요한 목표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고, 동시에 기존의 생물권이 가진 탄소 싱크를 잘 보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야기한 탄소 싱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줄이는 산림 지대를 의미한다. 이런 탄소 싱크는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건축 방식과도 연관된다.


쉘른후버 교수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탄소를 포집·저장해 대기에서 제거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산림 파괴를 중단하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라며 “황무지가 된 땅에 나무를 심으면 그대로 탄소 싱크 역할을 한다. 또한 이 목재를 활용해 건축에 적용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건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40%이다. 인류는 건물을 유지하다가 노후하면 파괴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자원의 70~80%를 사용하고 있다. 쉘른후버 교수는 “산림을 만들고 여기서 얻은 목재로 건물을 지으면 건물 자체가 탄소 싱크의 역할을 한다. 우리의 도시를 탄소 싱크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쉘른후버 교수가 추진하는 ‘신유럽 바우하우스 운동’의 단초가 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유럽연합 회의 연설에서 이 운동을 공표하기도 했다. 바이오 소재를 미래 건축과 건설에 사용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는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좀 더 아름답고 지속가능하며 포용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좀 더 인간다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기후를 보호하고 더 훌륭한 환경을 구축하고, 인류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강연 이후에는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 교수와 조천호 특임교수의 대담이 이어졌다. 대담자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논의했다. 쉘른후버 교수는 기후변화를 대중의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인류의 영감과 상상력,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함을 강조했다.

기후위기 해결 위해 다학제적 연구 필요, 인류 공멸이라는 파국으로의 질주 막아야
쉘른후버 교수의 강연 이후에는 조천호 특임교수와의 대담이 이어졌다. 조 특임교수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자연과학만이 아니라 사회과학까지 포함하는 다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가 관련 연구를 하는 대표 사례이다. 이 연구소의 설립 목적과 핵심 활동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쉘른후버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과 함의를 알기 위해 설립했다. 연구를 위해 다양한 전공의 포츠담대 교수가 참여했다”라면서 “연구를 계속하며 지구 온도의 한계에 대해 고민했고, 파리기후협약에서 1.5도를 상승 제한 온도로 제시했다. 여러 학문의 체계를 융합해 연구해왔는데, 긴 고민의 결과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조 특임교수는 복잡계 이론물리학자인 쉘른후버 교수가 기후변화와 티핑 포인트 연구에 천착한 이유를 물었다. 쉘른후버 교수는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사회의 주된 이론이 됐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비선형적 모습이 많은 점에 우려 섞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는 비선형적 요소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티핑 포인트를 마주했을 때 시스템 자체가 와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의 역사를 바라보면 비선형적 현상이 많았다. 그는 “기후시스템에는 비선형적 효과가 너무 많다. 우리가 티핑 포인트 도달을 피해야 하고, 지구의 핵심 기능 상실을 막아야 한다. 파국으로의 질주를 막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대담 중에는 쉘른후버 교수의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답변도 있었다. 기후변화와 티핑 포인트 관련 연구의 시작이 너무 늦었다는 반성이었다. 그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 선정을 이야기하며 “티핑 포인트의 실현 가능성이 3~4%라고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인류의 종말이 그 결과라면 이 확률은 그 자체로 위중하다”라며 “비행기의 추락 가능성이 3~4%라면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지 않을 거다. 인류의 미래 운명을 이야기할 때도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티핑 포인트 연구의 시작이 너무 늦었다. 아직도 티핑 포인트의 실존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티핑 포인트는 명확하게 존재한다”라며 “연구의 역사가 짧아 관련 연구 결과가 적다”라며 아쉬워했다.


영감과 상상력으로 기후변화 대응 위해 가진 모든 자원 활용해야
조 특임교수는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온도가 이미 1.25도 상승했다. 우리가 1.5도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쉘른후버 교수는 “불행하게도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IPCC 보고서에 언급된 시나리오 중 대기오염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숨겨지는 현상이 나온다. 대기오염을 걷어내면 0.5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다”라며 “1.5도를 넘어설 이유가 너무나 많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2도 상승은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위기에서 지구를 복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면서 “전 세계 환경 운동가의 활동으로 시민의 마음가짐이 바뀌고 있고,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처럼 정책적 변화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영감과 상상력이다. 비선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요소를 활용해야 한다”라고 인식의 변화와 적극적 실천을 강조했다.


재생에너지가 탄소중립에 필수라는 점에는 이견이 적다. 하지만 비싼 생산 비용이 문제다. 독일은 재생 전기 에너지 발전 단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 특임교수는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시민의 반발이 적은 이유를 물었다. 독일은 정부가 에너지 생산자들에게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기성 에너지 생산의 차액을 보상한다. 분산 전원을 사용하고 전국에 전력망을 공급해 효율을 높였다. 쉘른후버 교수는 “장기적 안목에서 ‘재생에너지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또한 초기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지금의 경험으로 미래에 관련 분야의 선구자가 돼 투자 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라면서 “독일의 목표는 재생에너지 시장의 승리자가 되는 일이고, 이와 함께 이런 움직임이 기후위기 극복에 효력이 있길 바라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대담은 정책 결정자와 일반 대중의 실천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쉘른후버 교수는 인식과 담론의 변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대중의 인식이 바뀌면 정책 결정자는 이를 따른다는 의견이다. 또한 타인과 지구를 위한 선한 영향력도 중요하게 언급했다. 바티칸은 지난 2015년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쉘른후버 교수가 그 발표를 맡았다. 그는 “당시 종교를 불문하고,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를 존중하면 정책은 바뀔 수 있다”라며 “새로운 사고방식은 정부나 의회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일반 대중의 담론을 바꿔나가야 한다. 경희학원의 시리즈 대담도 좋은 시도이다”라고 말했다.


※ PBF 시리즈 대담은 Peace BAR Festival 홈페이지(http://pbf.khu.ac.kr) 에서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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