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문명원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시리즈 대담 진행
아비 로브 하버드대 천문학과 석좌교수와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대담
외계 지적 생명체의 태양계 방문 가능성 사유하고, 인류 문명 되돌아보는 기회 가져
‘외계인’과 ‘미확인비행물체(이하 UFO)’에 대한 궁금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수십 년간 UFO 존재에 대해 침묵을 유지해 온 미국 정부가 최근 정체불명의 비행체 144건을 검토한 9쪽 분량의 예비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서는 이 비행체를 ‘미확인항공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a, 이하 UAP)’으로 지칭했다.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그간의 입장을 버리고 UFO 존재 가능성을 열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외계인과 UFO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 외계생명체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면 우리의 지식 체계에는 어떤 혼란이 생길까.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진행된 Peace BAR Festival(이하 PBF) 시리즈 대담 세 번째는 이 같은 물음을 던진다.
경희학원이 개최한 PBF 세 번째 시리즈 대담은 지난 10월 29일(금) 서울캠퍼스 네오르네상스관 네오누리에서 진행됐다. 송재룡 사회학과 교수의 개회로 시작한 이번 대담에는 아비 로브(Avi Loeb) 하버드대학교 천문학과 Frank B. Baird Jr. 석좌교수와 이형목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대담 주제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태양계 방문, 지구의 정체와 운명은 다시 써질 것인가’였다. 로브 교수의 짧은 강연 후 이 교수와의 대담이 이어졌다.
“다른 지적 생명체 찾음으로써 우리 문명 더 성숙해져”
로브 교수는 지구 너머 우주에 관심이 많은 천체물리학자다. 그는 지난 2017년 10월 미국 하와이의 할리아칼라 천문대의 전파망원경 ‘판스타스(Pan-STARRS)’를 통해 관측된 ‘오무아무아(Oumuamua)’가 단순 성간 천체가 아닌 외계 지성체가 보낸 인공 물체라고 주장을 제기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무아무아는 ‘먼 곳에서 온 첫 번째 전령’이라는 뜻의 하와이어로, 이와 관련한 로브 교수의 저서 『오무아무아: 하버드가 밝혀낸 외계의 첫 번째 신호(Extraterrestrial: The First Sign of Intelligent Life Beyond Earth)』, 『우주의 생명(Life in the Cosmos)』이 올해 출간됐다. 로브 교수는 “예외적인 것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결코 발견하지 못한다. 외계 지성체의 삶을 찾다 보면 기술적인 흔적도 찾을 수 있다”고 본인의 책을 요약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 넓은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정말 인간 혼자뿐일까?’라고 자문한 로브 교수는 “우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천문학을 연구하면서 배운 것은 ‘우주의 겸손’이라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자녀들을 예로 들며 “두 딸이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라고 생각했지만 편견이었다. 딸들도 유치원에서 ‘나보다 더 똑똑한 아이들이 있네’라고 깨달으면서 스스로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례를 통해 로브 교수는 “우리 문명은 타자들을 발견함으로써 성숙해질 것이다”라고 서두를 띄웠다.
로브 교수가 말하는 ‘타자들’은 지구 너머에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를 가리킨다. 로브 교수는 오무아무아를 통해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는 “오무아무아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인공물이다. 소행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오무아무아는 태양에 묶여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혜성의 꼬리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로브 교수는 오무아무아를 발견한 망원경으로 비슷한 물체도 관측했다. 그는 “‘2020 SO’ 이름을 가진 이 물체도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는 추력을 보여줬고, 혜성 꼬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물체는 지난 1961년 달 착륙 미션을 위해 발사된 로켓 추진선이었다.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물체임을 확인한 로브 교수는 “오무아무아 역시 다른 생명체가 만든 물체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리의 지식,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섬에 불과”
이어진 대담에서 로브 교수와 같은 천체물리학자인 이형목 교수는 같은 과학자로서의 공감을 던지며 질문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일본 우주과학연구소 마츠모토 토시오 교수 연구팀과 함께 우주망원경 ‘아카리(AKARI)’를 통해 빅뱅 이후 약 3억 년 뒤에 탄생한 별이 뿜어내는 빛을 관측하는 데 성공한 이력이 있다.
이 교수는 “과학자에게 인간 실존이란, 과학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일말의 기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것 같다”며 과학적 혁신과 창조성에 대해 먼저 물었다. 로브 교수는 ‘과학은 호기심을 통해 배워가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는 자부심이나 자만심은 버리고 증거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로브 교수는 오무아무아가 세상에 공개된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오무아무아에 대해 과학계가 보여준 반응은 다소 실망스러웠다”며 “오히려 일반 대중이 오무아무아가 무엇인지 더 알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과학자들이 자신감이나 자존감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외계인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주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찾아 나서지 않으면 절대로 그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로브 교수는 이를 이웃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가 창문을 열어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고 실제로 이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호기심 유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갈릴레오 프로젝트’로 외계 기술 문명 찾아 나서
천문학자들 가운데 외계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의심하는 경우는 적다. 다만, 이들과 교류하고 직접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로브 교수 역시 오무아무아 연구에서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 보다 기술 흔적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연구가 한창이던 중에 오무아무아가 멀리 사라져 희미해졌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오무아무아 연구 당시 우주망원경 등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던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과학 공동체가 함께 나서 더 적극적으로 연구에 임했다면 가시적 성과를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로브 교수는 떠나간 오무아무아에 대한 아쉬움보다 앞으로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오무아무아와 비슷한 또 다른 물체를 찾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라며 “계속해서 하늘을 관측한다면 또 다른 비슷한 물체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로브 교수의 계속되는 호기심은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미국 정부가 UFO를 UAP로 지칭하며 존재를 인정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7월, 로브 교수 연구팀이 이들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나섰다. 비행체 등과 같은 외계 기술 문명의 증거를 찾는 ‘갈릴레오 프로젝트’다. 로브 교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오무아무아처럼 외계에서 온 성간 천체를 탐사하고 UAP를 식별하기 위해 망원경 관측도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도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외계 문명 발견하는 또 하나의 방법 ‘천체 고고학’, 유물 발굴과 같은 맥락
로브 교수는 달과 화성에서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는 행위를 ‘천체 고고학’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교수도 “상당히 재미있는 아이디어 같다”며 흥미롭게 여겼다. 로브 교수는 “고고학 연구에서 선대가 남긴 유물을 찾는다. 이런 유물을 보내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유물은 계속 발견돼 쌓인다”며 “마찬가지로, 이미 다른 문명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냈을 수 있다. 다른 지적 생명체가 보낸 흔적을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브 교수는 “지구가 태양에 타버리기 전에 소중한 것을 우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상’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총장님이나 이사장님의 흉상을 남기는 것은 오랜 기간 우리 의식에 남기기 위해서다”라며 “기념비적인 것을 만들고 흔적을 남기려고 하지만, 수십억 년이 지나면 이런 동상은 물론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얘기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수십억 년 동안 영구히 남기려면 우주로 보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로브 교수는 AI를 통해 우리의 의식도 같이 우주로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화장을 마친 재가 아닌 유전자(DNA)의 전자 정보를 우주선에 실어 보내는 방식이었다. 일각에서는 AI 시스템을 통한 ‘인간 복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로브 교수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AI 시스템이 지구의 생명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무언가 하려고 한다면, 인간보다 더 우월한 고등 생명체를 복제하거나 AI 스스로를 복제하려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인간 중심적 지식의 한계 주목, 근대적 우주관 전환 필요
로브 교수는 연구를 통해 외계 문명의 존재가 확인된다면, 우리의 지식 체계에 커다란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과학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이 물리 법칙의 보편성을 믿고 있고, 지구 역시 많은 행성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과연 우리의 지식 체계에 어떤 혁명적인 변화가 생길지, 지구인의 정체성과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로브 교수는 “우주에 인류보다 더 뛰어난 다른 문명이 있다고 파악된다면, 우리는 심리적 충격을 받고 지식 체계가 모두 뒤바뀌게 될 것이다”라면서도 “외계생명체는 우리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그는 “외계생명체가 우리를 파괴하길 원했다면, 선진화된 기술로 얼마든지 무너뜨렸을 것이다”라며 “외계 지적 생명체를 존중하는 마음과 그들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외계인의 존재가 심리적 충격을 벗어난 물리적 충격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로브 교수의 생각과 달리 영화나 소설에서는 외계생명체를 지구의 침략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로브 교수에게 낙관적 견해를 유지하는 이유를 물었다. 로브 교수는 외계생명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기후위기로 괴로워하고 있다. 우주 생명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계생명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해하게 되면, 그들을 통해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정책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인류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지구 온난화, 바다의 산성화, 더 나아가 생명 다양성의 상실, 생화학 무기, 태양표면 폭발 등의 과제와 함께, 재벌들의 우주여행이 알려지며 우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교수는 “지구차원의 존재와 우주차원의 겸손이 어떤 상관성을 갖는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우주의 중심은 우리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해 온 로브 교수는 “우주에서 자기 자신을 과시하는 모습은 이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술을 가진 다른 문명을 알게 된다면 그들에게서 배움을 얻어야 한다”며 “외계 기술 문명의 발견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혁명적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경희학원은 앞으로 한 번의 대담을 앞두고 있다. 시리즈 대담 마지막은 오는 11월 26일(금) 개최된다.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Hans Joachim Schellnhuber)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설립자 겸 초대 소장과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가 ‘기후변화 시대, 우리의 생존은 어떻게 가능할까’를 주제로 대담한다. 기후재앙 시나리오를 극복할 방안과 미래 지구를 위한 일을 논의할 예정이다.
※ PBF 시리즈 대담은 Peace BAR Festival 홈페이지(http://pbf.khu.ac.kr)에서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글 손은주 eve@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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