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Peace BAR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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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VS 재편 갈림길···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시리즈 대담이 지난 9월 17일(금) 개막했다. 어빈 라즐로(Ervin László) 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 겸 회장과 신충식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지구 문명의 위기와 의식혁명(The Crisis of Civilization on Earth and a Revolution of Consciousness)’을 주제로 대담을 펼쳤다.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시리즈 대담 개막
어빈 라즐로 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 겸 회장과 신충식 교수 대담
‘지구 문명의 위기와 의식혁명’ 주제로 위기 진단과 대안 제시


지구사회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을 맞고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를 극심한 재난으로 몰아넣고, 코로나19는 끊임없이 확산하며 인간 생명을 위협한다. 지금의 번영을 이끈 현대문명 패러다임이 지구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위기 일변도의 흐름을 뒤바꿀 전환 설계와 새로운 패러다임 창조가 시급하다.


지난 9월 17일(금) 열린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첫 번째 시리즈 대담은 이러한 문제를 진단하고 대응 방법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어빈 라즐로(Ervin László) 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 겸 회장과 신충식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지구 문명의 위기와 의식혁명(The Crisis of Civilization on Earth and a Revolution of Consciousness)’을 주제로 열띤 대담을 펼쳤다,


라즐로 박사는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와의 인연을 설명하며 대담을 시작했다. 그는 “경희대 국제평화연구소에서 한 학기 동안 근무하며 조영식 박사와 많은 인연을 쌓았다. 조 박사는 명확한 비전으로, 인류의 삶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지녔다. 아울러 전 세계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조 박사와 함께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노력이 세계평화의 날 제정으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며 기쁨”이라고 말했다.


“지구 시스템의 위기, 역설적으로 전화위복의 기회”
이어서 신충식 교수는 라즐로 박사의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기조연설을 인용하며 대담을 이어갔다. 라즐로 박사는 기조연설에서 지구상의 위기를 ‘인류 문명 전체의 위기’로 규정하며 인류가 생존과 재앙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그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고, 라즐로 박사는 시스템 과학자의 관점으로 답했다. 그는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하면, 시스템은 특정 시점을 지나며 안정성을 잃고 민감해진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변화 가능성을 부인하는 행동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 전체 시스템이 붕괴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인류가 위기에 대처하는 통합된 움직임을 보이면 우리는 시스템을 좀 더 고차원적이고 안정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인류는 바이러스, 폭력과 비관용으로 파괴의 시기를 겪고 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 해결과 이에 대한 희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라즐로 박사는 “많은 희생과 파괴를 겪었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갈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말했다. 현재 시스템에 불안정을 일으키는 요인을 찾아 고치고, 이를 아우르는, 한층 더 고차원적인 시스템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라즐로 박사는 세계를 인간의 몸에 비유하며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조화를 이루듯 우리도 이제 조화로운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즐로 박사는 인류의 연대와 협력을 희망의 요소로 봤다. 그는 “협력은 진화의 과정에서 우리 DNA에 새겨져 있고, 통합과 협력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우리가 여러 갈래로 나뉜 우주가 아닌, 일관성 있는 우주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의 협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분화와 와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진화의 과정임도 강조했다.


인류는 바이러스, 폭력과 비관용으로 파괴의 시기를 겪으며 시스템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즐로 박사는 “많은 희생과 파괴를 겪었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갈 전화위복의 기회”라며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조화를 이루듯 우리도 조화로운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적 접근과 상호연결성에 기반해 패러다임 새로 짜야”
인류가 마주한 위기 상황을 변화의 기회로 삼자는 라즐로 박사의 주장에 신충식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현실이 변화해야 한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변화를 위해서 정치지도자와 기업가의 현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방안을 물었다.


라즐로 박사는 “인류는 오랜 기간 ‘일부에게 좋은 것이 전체에게 좋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며 답변을 이어갔다. 기업가들이 내세우는 ‘해당 기업의 이익이 해당 국가의 이익, 그리고 인류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심화한 양극화가 답하듯 일부의 이득은, 다른 일부의 빈곤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라즐로 박사는 “일부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전체에 좋은 것은 일부에도 좋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산적한 여러 위기를 다뤄야 한다.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숙고가 최우선이다. 더이상 개인주의는 안된다. 국가 간 협력, 개개인이 뭉쳐 일체를 이룰 때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라즐로 박사는 “여러 지도자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분리, 과장, 개인주의 중심이 아닌 시스템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개개인은 전체의 한 부분이며, 상호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계가 힘을 합해 우주를 만들고, 우주가 합쳐 더 큰 우주가 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덧붙인 라즐로 박사는 “우리 조상은 공동체가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이해했고, 그 결과 인류는 자연 생태계와 같이 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즐로 박사는 인간과 자연 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지성적 이해를 넘어 더 나아가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 새로운 종류의 조직과 제도를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라며 “젊은 세대가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힘을 합치는 중이다. 여러 노력이 합쳐져, 숭고한 전체가 된다. 경희대와 같은 교육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라즐로 박사는 “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인류는 예기치 못한 새로운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떤 정부나, 사회가 야만적 강제력을 행사하거나, 한정된 자원을 두고 촉발된 경쟁이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즐로 박사는 “지구사회의 상호 연결성을 이해하면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일어나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며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모든 부분을 고차원적인 시스템 일체로 이뤄가면 문제 원인과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분리된 존재가 아닌 통합된 존재”
두 사람의 대담은 인류의 위기에 대응할 실천 전략으로 라즐로 박사가 강조해온 ‘의식혁명’으로 이어졌다. 신충식 교수는 “시스템 불안정을 일으키는 제도, 과정, 가치를 인류가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는 데는 의식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에너지, 파동, 정보를 갖춘 의식은 물체보다 더 현실적(more real)이다’라는 이야기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라즐로 박사는 “과거에도 의식에 대해 여러 패러다임이 있었지만, 새롭게 등장한 ‘의식’이라는 개념은 더 심오한 의미다”라며 양자역학의 개념을 활용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물질의 입자를 계속 분해하면 궁극적으로 에너지의 패턴만 남는다. 새로운 의식이란 ‘에너지’로서 전체 생태계의 구성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식은 세계를 완전히 새롭게 이해하는 시점으로, 모든 것의 원천이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되며 통합된 존재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라즐로 박사의 의식론에 동의하며 ‘인간의 의식이 우주론적으로 확장되면 선과 악을 어떻게 구분할지’ 물었다. 라즐로 박사는 “인류를 긍정적으로 일체화시키는 행위가 ‘선’이고, 역행하며 개인주의에 몰두하는 행위를 ‘악’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다행히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 존재다. 하지만 의식이 인간을 악으로 이끌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조화’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라즐로 박사는 조화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예술체험’을 꼽고 “예술체험은 아름다움이나 어떠한 심오함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에서 울려 퍼진 ‘링고 스타’의 노래처럼 우리는 음악으로 자연과의 일치를 이룰 수 있다. 시, 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예술을 체험할 수 있다. 인간은 예술을 활용해 타인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체험해 내재적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깊은 연대를 체험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내면 통찰과 사색 필요··· 가르침이 아닌 깨달음을 제공해야
이후 대담은 라즐로 박사의 일생을 조명하며 진행됐다. 신 교수는 라즐로 박사에게 뛰어난 음악가에서 과학철학자가 된 계기를 물었다. 라즐로 박사는 “처음부터 음악가 혹은 과학철학자가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예술체험으로 느꼈던 심오함을 이해하고 싶었고, 진실에 대한 탐구와 지혜를 사랑하는 자세가 몸에 배 있었다.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 탐구하며, 의미를 추구했다”고 답했다.


음악가, 과학철학자, 휴머니스트로 일생을 살아온 라즐로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삶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내가 정말 뭘 원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끊임없이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나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인간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와 같은 본질을 찾아야 한다”며 “본질을 탐구해 새로운 수준의 이해를 얻으면 타인과 공유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열띤 대담은 ‘미래세대를 위한 조언 및 대학 교육 방향성’을 논의하며 마무리됐다. 라즐로 박사는 “다른 사람이 만든 교리에 순응하는 자세보다 내면에 존재하는 권위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개인이 내면을 통찰하며 사색하고, “‘나’는 우주적 존재로 전체 우주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라즐로 박사는 “교육기관은 가르침이 아닌 깨달음을 줘야 한다. 과학·예술·철학 등 여러 지식을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러 경험 끝에 미래세대는 조화를 추구하는 성인으로 자라, 인류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PBF 시리즈 대담은 다음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관련 영상은 향후 Peace BAR Festival 행사 홈페이지(http://pbf.khu.ac.kr)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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