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Peace BAR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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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국내외 과학자, 정치학자, 실천가, 미래세대가 지난 9월 19일 세계평화의 날 기념 원탁회의에서 Peace BAR Festival(PBF)의 주제 “기후재앙과 진실의 정치-미래세대에 미래는 있는가”를 놓고, 열린 대화를 나눴다.

Peace BAR Festival(PBF) 2019(8) 세계평화의 날 기념 원탁회의
국내외 과학자, 정치학자, 실천가, 미래세대와 함께
기후재앙의 실존적 위협에 주목··· 지속 가능한 미래 위한 행동 촉구


지난 9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UN 총회가 개막했다. 이번 총회의 화두는 단연 기후재앙이었다. UN은 총회에 앞서 23일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열었고, 지난해 초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적색경보를 발령한다”는 초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기후재앙의 긴박성을 세계에 알려온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더욱 강도를 높여 강한 행동을 요청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를 촉발한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각국 정상들에게 미래세대를 위한 행동에 나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월 19일 경희대학교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올해 Peace BAR Festival(PBF)의 주제 “기후재앙과 진실의 정치-미래세대에 미래는 있는가”를 놓고, 국내외 과학자, 정치학자, 실천가, 미래세대가 열린 대화를 나눈 ‘세계평화의 날 기념 원탁회의’에서다.


“폭염, 태풍, 산불은 이상 현상이 아니라, 뉴노멀(New Normal)이다”
원탁회의는 반기문 제8대 UN 사무총장(2007~2016년), 피터 와담스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이안 던롭 Safe Climate Australia 의장의 기조발제 후, 발제자와 조인원 학교법인 경희학원 이사장이 함께 기후변화 문제를 풀어나갈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좌장은 이리나 보코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이 맡았다.


원탁회의 기조발제자로 나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이제 전례 없는 폭염, 태풍, 산불은 이상 현상이 아니라, 뉴노멀(New Normal)이다. 기후재앙의 실존적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자들은 한목소리로 ‘즉각적인 행동’을 요청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이제 전례 없는 폭염, 태풍, 산불은 이상 현상이 아니라, 뉴노멀(New Normal)이다. 기후재앙의 실존적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협상과 노력 끝에 2015년 195개국 정상이 모여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했지만, 미국의 탈퇴 선언 등 유감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녹색기후기금’ 역시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정치적 노력 촉구와 함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행동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5월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의 정책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종전 방식대로 산업·경제의 역동성을 이어간다면 기후변화로 2050년에는 대부분의 인류 문명이 파멸할 가능성도 있다”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은 이안 던롭 의장은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가까워졌다.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 전에 지났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탄소 배출을 빠르게 감소시켜 티핑포인트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전시 대응에 준하는 직접적이고 과감한 조치, 전례 없는 세계적인 집단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안 던롭 의장은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가까워졌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전시 대응에 준하는 직접적이고 과감한 조치, 전례 없는 세계적인 집단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나서는 행동이다”
피터 와담스 교수는 지난해 경희대를 찾아 1970년부터 50여 년간 극지를 관측한 자료 등 여러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기후변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지구는 곧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 뒤로도 기후변화 연구를 지속하며 올해 8월 그린란드 빙하의 변화를 직접 목도한 그는 “그린란드의 빙하는 세계 해수면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담스 교수는 지난 8월 1일 그린란드 캉거루수악(Kangerlussuaq)의 만년설을 관측하던 중 하천과 폭포를 발견했다. 빙하가 완전히 녹아내려 하천과 폭포를 이룬 것. 그날 하루, 125억 톤의 빙하가 녹았다. 와담스 교수는 해빙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며, 빙하를 덮고 있는 블랙카본을 그 근거로 들었다. 블랙카본은 화석연료나 나무 등이 불완전 연소해서 생긴 그을음인데, 북극을 지나는 선박이 늘고 폭염으로 북극권에서 산불이 자주 일어나면서 블랙카본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 블랙카본은 빙하에 쌓여 햇빛을 흡수, 해빙 가속화를 부추긴다고 한다.


빙하연구자들은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2100년에는 전 세계 해수면이 지금보다 2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마이애미, 뉴욕, 상하이, 베니스 등 해안 도시가 사라질 수 있다. 와담스 교수는 “이런 상황에도 세계 각국은 북극 개발 이권에만 관심을 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나서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피터 와담스 교수는 “빙하연구자들은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2100년에는 전 세계 해수면이 지금보다 2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세계 각국은 북극 개발 이권에만 관심을 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나서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시민 개개인이 정보와 지식 공유해 기후재앙 심각성 인지하고 행동해야”
원탁회의에서 패널들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실존적 위협이라는 데 동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안 던롭 의장은 기후위기를 안보위기로 규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기후 시스템은 서로 연관돼 있어 하나가 촉발하면 연쇄적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구의 기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빙하의 소멸,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해 탄소원으로 사용하는 현상 등은 티핑포인트에 이르는 시기를 더욱 앞당긴다”고 우려했다. 그는 화석연료의 폐기와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이를 실현하는 정치 리더십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나서는 적극적인 정치의식의 부재를 언급하고, 시민의식의 발현을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인류사상 전례 없는 기후재앙을 경고하는 수많은 사건과 현장, 특히 지난 몇 달 우리를 경악케 했던 수백여 건의 북극권 화재, 4,000~5,000회에 이르는 아프리카 중·서부 초대형 화재,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의 전례 없는 참사, 극지방의 대규모 빙권 유실 등 경험적 증거가 압도하지만, 세상의 정치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세상정치가 나서지 않는다면 세계시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 우리 개개인의 ‘인간적 삶과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원 이사장이 시민의식에 주목한 이유는 현실정치에서 다수의 표심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환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피터 와담스 교수는 정치인과 시민의 의지와 함께 과학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후재앙은 어느 한 국가,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아니다”라며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온실가스 포집기술을 한 가지 예로 든 와담스 교수는 “모든 과학자가 모여 전문성을 살리면서 통합해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적·지구적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와담스 교수는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해왔다. 이제 정치인들이 과학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탁회의에서 이리나 보코바 대학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 없이 기후변화를 포함한 지구적 문제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같은 의제가 수립됐다. 모든 분야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속 가능한 미래와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경제와 성장을 넘어 인간과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 선택해야”
패널들은 현대 산업문명의 근간인 화석연료에 의존한 탄소경제의 패러다임이 기후재앙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진단한 뒤,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주문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그 가치를 ‘지속 가능한 미래’에서 찾았다. “이미 1970년대부터 학계는 인간의 산업활동에 기인한 인위적 기후변화와 그 폐해를 경고해왔지만, 인류는 경제와 성장의 가치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어왔다”고 말한 조인원 이사장은 “그간 산업문명의 폐해가 만들어낸 기후위기의 긴박한 현실을 헤쳐가기 위해선 과도한 성장과 경쟁 위주의 가치를 넘어 인간과 지구생태계 보존, 지속 가능한 미래에 힘을 싣는 새로운 가치의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리나 보코바 대학장은 이에 공감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없이 기후변화를 포함한 지구적 문제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같은 의제가 수립됐다. 모든 분야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속 가능한 미래와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질의응답에서 미래세대는 “미래가 두렵다”고 토로하며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대한 질문과 기후변화를 포함한 전 지구적 문제에 대응하는 교육을 요청했다.

“미래가 두렵다”는 미래세대의 절규 이어져
질의응답에서 미래세대는 “미래가 두렵다”고 토로하며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대한 질문과 기후변화를 포함한 전 지구적 문제에 대응하는 교육을 요청했다. 이안 던롭 의장은 “전 세계에서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기성세대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며 “한국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 건설적인 방법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안 던롭 의장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교육과 대학의 역할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조인원 이사장은 “교육기관이 책임의식을 갖고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라며 “미래세대의 삶과 권익에 합당한 미래를 물려주는 것이 이 시대 기성사회에 주어진 중요한 책무다. 교육기관, 학술기관, 사회기관은 미래세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깊이 숙고해,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이사장은 그 막중한 책무 중 하나가 당면한 현실과 도래할 미래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고, 이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풀어내 시민과 학생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책임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Peace BAR Festival 소개

https://innovationlab.co.kr/project/p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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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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